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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스트 슬램덩크 후기

2023년 1월 5일, 서둘러 퇴근을 하고 종로3가 피카디리 CGV에 도착했다. 저녁을 먹기엔 애매한 시간이라 키오스크에서 핫도그와 팝콘, 제로 콜라를 주문하여, 핫도그를 흡입하다시피 먹고 떨리는 마음으로 양손에는 팝콘과 제로콜라를 들고 상영관 안으로 들어 갔다. 일찍 입장한 탓에 텅 비어있던 상영관은 자리를 찾아 들어가기 여유로웠다. 팝콘을 우걱 우걱 씹어 먹으며 내 뒤로 들어오는 관객들의 특징을 살펴보니 전부 나와 비슷한 서른 후반 이상의 남성 관객들이었고 그 중 혼자 보러온 관객이 대부분이었다.

영화는 송태섭의 어린 시절로 시작하며 몇 분 정도가 지나가면 케릭터 한 명 한 명을 순서대로 스케치하여 코트에 등장시키는 오프닝씬이 있는데 시작부터 소름 장착하고 보게 된다. 영화의 3D 그림체는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는 평을 여러번 들은 터라 어쩔 수 없이 그림체에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는데, 기존 TV판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주인공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은 마치 실제 농구선수들의 움직임을 표현한 것과 비슷해서 그래픽은 대체로 호에 가까웠지만, 가끔씩 점프 장면에서 캐릭터의 얼굴 그래픽이 일그러지는 듯한 점은 작품 퀄리티의 디테일이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릴 적 추억을 되살려 한글 더빙 버전으로 보게 되었고 생각보다 어색한 부분이 많다고 느껴졌다. 예전에 강백호 목소리를 맡았던 성우 강수진 님의 연기는 오히려 영화 버전과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받았는데, 왜 그랬나 보면 슬램덩크 원작에는 중간중간 코믹한 그림체를 넣어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가 있기 때문에 강수진 성우님의 목소리가 잘 어울렸지만 이 영화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그렇지 않다.
그림으로 보면 강백호가 맞는데 영화에 등장한 강백호는 '내 어린 시절'의 그 '강백호'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슬램덩크 코믹컷



그렇다고 웃음 포인트가 아주 없던 건 아니고, 슬램덩크를 보고 자랐던 세대들은 느낄 수 있는 중간중간 피식 포인트가 있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이자 산왕공고 경기의 마지막 1분에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나도 모를 눈물이 터져 흘러 버렸다.
그 유명한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대사를 묵음 처리하고, 스케치와 3D 그래픽을 번갈아가며 마지막 뛰어가는 장면 연출은 관객의 감정을 순간 벅차오르게 만들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게다가 유명한 명장면을 재탄생 시켰고…

서태웅 뛰어가는데 나도 울고...


영화를 다 보고 개인적으로 들었던 바람은 슬램덩크에는 산왕전 외에도 명경기가 많은데, 다른 경기들도 영화 버전으로 나와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고, 서태웅의 서사를 새로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슬램덩크를 환호하게 해준 작가의 노력이 너무나도 감사한 하루였다.